내가 2012년 부터 2013 1분기까지 듣고 겪었던 이야기를 해보려한다. 중대 창가를 세차게 때리는 빗소리와 그 빗소리 속에서 죽은듯 자고 있는 사람들이 느껴졌다. 이 차분한 빗소리 속에서 이대로 누워 잘수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가기싫은 발걸음을 억지로 떼어 걸었다. 최대한 빨리걸었다. 그래.. 그래야 선임에게 갈굼맞지 않을테니까.. 빛이 밝은 행정반에 들어가자 반사적으로
나는 모 사단 E 부대 본부중대에서 복무했으며 그간의 이야기를 써내려간다.
우선 우리 연대에 대해서 간략하게 설명하겠다.
연대내 존재하는 중대는 모두 연대직할 이며 중앙에 있는 연대장실을 필두로 왼쪽에는
수색중대 와 여러개의 창고 , 수색중대 전용 농구장과 체력단련실이 있다. 수색중대는 연대내 유일하게
신막사 이지만 요즘 다른 막사들 처럼 으리으리한 건물에 엘레베이터가 딸려있는 막사가 아니라.
조립식으로 지은 그냥 깨끗한 막사일뿐이다.당연 1층밖에 없는 옛날 복도식 막사 그대로이고.
총원 100명 ~ 110명을 넘지 않는다고 들었다.
그밖에 수색중대에서 도맡아 근무를 서는 무기고 근무지가 있다.
연대장실의 중앙부근 그러니까 연대장실 위로는 옛날에 무전실로 쓰던, 지금은 쓰지않는 건물 하나와
회의실 , 간부용 영점사격장 등이 있으며 국지도발이나 전면전 같은 훈련상황 시에 이쪽을 필두로
경계 근무를 서고 있다.
그리고 연대장실에서 오른쪽 위부터는 취사장 과 그아래로 본부중대, 그리고 바로 옆 건물에는
통신중대로 말이 다른건물이지 본부중대 행정반에서 옆에있는 문을 열면 통신중대 생활관이 바로 나오는
문이 있다. 그곳은 간부외 병사는 출입할수 없으며 이러한 구조로보아 옛날에는 통신중대와 본부중대가
아닌 하나의 중대의 막사로써 쓰여왔음을 추측할수 있다.
그밖에 위병소 나 연병장, 그리고 연대를 둘러싼 담장들의 위치, 기타건물들 의 설명은 생략하겠다.
수색중대 무기고 근무자의 경험.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는 모르겠다. 달콤한 잠에 나는 꿈도 꾸지않고 잠을 자고 있었는데
누군가 어깨를 툭툭 치는 느낌이 들자 반사적으로 침상에서 빠르게 일어나 아직 어둠에 적응되지 않은
눈으로 검은실루엣을 보며 경례를 했다.
" 필승. 일병 ㅇㅇㅇ 수고하십니다. "
" 어~ 그래 빠릿빠릿하네. 너 A 상병이랑 무기고 근무시간 다 됐다. 빨리준비하고 가라."
" 예 알겠습니다. "
4 시간 정도 잤는데도 잠깐 눈을 감았다 뜬것처럼 피곤하다.
눈을 찡그리며 빠르게 사수의 총과 나의 총을 꺼내고 총기현황판을 수정했다.
그리고 A상병과 탄약배치대로 이동하여 탄약을 받을때였다.
내가 그만 실수로 탄피 하나를 떨어트려 어둠속에서 탄피를 찾느라 몆십분이 지체되었다.
그리고 근무지로 들어가면서 A상병에게 욕좀 먹을것을 각오 하고있었다.
그리고 역시 근무지로 들어와 둘만 남게되자. A상병의 '갈굼' 이 시작되었다.
사실은 가볍게 야단맞고 넘어갈 일이여쓴데 A상병이 안좋은일이 있었는지 '갈굼'의 지속시간이 길었다.
나는 고개를 들어 A상병에게 "죄송합니다." 라고 말하려 했으나 입을 떼지 못하였다.
입술이 파르르 떨리고 동공은 커졌다. 나는 내가 눈으로 보고있는것을 애써 부정하려 했다.
가만히 보니 나는 헛것을 보고있는게 아니였다. 앞을보며 얘기하는 A상병의 얼굴 바로 옆으로
검은색의 얼굴 하나가 두둥실 떠올라 나를 쳐다 보며 말을한다.
? : 기분 좆같지 ? 그냥 총으로 쏴버려 킥킥..
".........."
세차게 불어오는 칼바람과 어깨에 느껴져 오는 총의 무게.. 절대 꿈이아니다.
? : 봐봐~ 지금계속 너한테 지랄 하잖아.. 죽여버려 그냥.
?: 죽이라니까? 지금 총으로 한방만 쏴. 그럼돼 . 어서 죽여버려.
A상병: 넌 내가 이렇게 얘기하는데 뭐 반성할 기미가 없냐? 대가리 푹 숙이고 있으면 뭐가 해결돼냐?
그와 동시에 저것의 존재를 모르는지 계속 얘기하는 A 상병..
그 무언가의 " 유혹 " 은 근무 시간이 끝나고 본부중대 근무자들과 같이 탄약 분배대로 가고난후에야
없어졌다.
지금 A상병은 계속 되는 갈굼에도 "죄송합니다" 라는 말한마디 없자 나를 죽일듯이 노려보고 있다.
다시 다 이상없이 탄을 수거해가고 막사로 돌아가면서 나는 가기전에 A상병을 불러세워 할 얘기가 있다고
했다.
A상병은 그동안 말 한마디 없다가 뭔 생각이지? 하는 표정으로 나를 보더니 " 그래 알았다."라며
우리는 막사옆 흡연실로 향했다.
나는 떨리는 손으로 담배에 불을 붙이며 연기를 한웅큼 들이마셨다 뱉었다. 그래도 떨림이 가시질 않는다.
내가 떠는것을 보았는지 A상병은 아까와는 달리 심각한 표정으로 " 야...! 너 왜그래 ? " 라고 말한다.
아... 어디서 부터 어떻게 얘기를 시작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저.. 아까 제가 아무 말씀도 못드린 이유가 있습니다.
말하려 했는데 ....
라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야기가 끝나자 A상병은 굳은얼굴로 담배를 비벼 끄더니 넋이 나간처럼 가만히 무기고쪽을 응시한다.
질문 공세가 없는걸 보니 분명 A상병도 무언가를 봤긴 봤나보다.
A상병의 관점.
원래 내 근무가 아니였어. 잘자고 있는데 불침번 새끼가 날 툭툭치면서 깨우는 거야.
아니나 다를까 X발 나보고 근무 들어가래잖냐.. 그래서 존나 욕하면서 일어났지.
어제 여자친구랑 깨지고 기분 X같은데 근무까지 스려니까 진짜 열받더라.
그래서 부사수는 누구냐 물어봤더니 ㅇㅇㅇ 일병이래 뭐, 존나 재미없는 새끼 걸린거지.
그래서 알았다 하고 준비다하고 담배한대 피면서 기다리다가 근무투입하러 올라갔지.
근데 이새끼가 탄피하나를 떨어트렸는데 못찾는거야. 그 추운데 몆십분 동안 언손으로 탄피 찾으려다
보니까 또 졸라 빡이 치는거야.
그래서 근무들어가자 마자 그새끼 한테 졸라 욕했다. 짜증나서. 그러다 보니 좀 미안해지기도 하고
했는데 원래 선임이 뭐라그러면 "죄송합니다" 라는 말이 나와야 정상 아니냐? 그래서 계속 말했는데
이새끼가 죄송합니다는 커녕 아까부터 자꾸 조그맣게 뭐라뭐라 궁시렁궁시렁 거리는거야.
병장새끼도 아니고 목소리 부터 개빠져서 졸라 또 욕을했지. 그날 근무시간 내내 욕했을꺼다.
그리고 더 뭐라하기도 미안해서 근무끝나고 탄 수거 해갈때까지 아무말도 안했다.
근데 이새끼가 갑자기 막사 들어가기전에 얘기를 하자네? 그래서 이새끼 군생활꼬이긴 존나 싫은갑네
하면서 알았다하고 흡연실로 데리고 갔는데 이새끼가 담배에 불붙이면서 자꾸 손을 버버버 떨데?
그래서 나는 이새끼가 왜이러지? 생각하면서 한편으로는 이새끼가 자살이라도 할까봐 무섭더라고 그래서
내가 무슨일 있냐고 물어보니까. 얘가 얘기를 해주는데 나 그때 정말 심장마비 걸릴뻔했어.
나같으면 그자리에서 기절했을꺼같아.
당연히 그런걸 보면 아무말도 못했겠지..
근데 X발 더 무서운건. 이새끼는 무서워서 아무말도 못했다는데, 내가 들었던 궁시렁 거렸던 소리는
대체 뭘까.... 넌 뭐라고 생각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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