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이야기

이렇게 쿨한 시누이, 시댁 보신 적 있으신가요?

it모아 2017. 9.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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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경상도 사람이 아니라 기억나는대로 사투리를 짜깁기해서 썼어요ㅜㅜ 이해 부탁드릴게요~
 

 

결혼 1년차 되는 주부입니다
 판에서 예전 글들을 둘러보다가 저희 귀여운 여대장부 시누랑 생각이 나서 써봐요ㅎㅎ
 저희 신랑은 현재 34살이고 도련님은 30살이세요. 그리고 굉장히 늦둥이인 18살되는 어린 시누이가 있습니다. 시누이는 예술고등학교에 진학 중인데 기숙사 100% 학교가 아니고 집이 코앞이니 집에서 통학하던 학생이었어요. 그런데 저희 시아버님 건강이 악화되면서 시할머님 소유 시골 집으로 요양에 가시게 되었어요. 그러다보니 걸리는데 시누이였죠. 원래는 학교 근처 학생들이 많이 사는 원룸이나 고시원에 머물 생각이었는데 그 일대 사고 하나가 터져서 아무래도 무리겠다 싶었죠.
어쩔 수 없이 저희 집에 시누이가 같이 살게 되었어요. 저희 집이 원래 시댁 근처라 시누이 학교도 근처였거든요. 사실 원래는 참... 저도 싫었죠. 시댁이 경상도 쪽인데 시누이가 처음엔 되게 무뚝뚝하다 생각했었거든요. 말 걸어도 예, 아니요. 이렇게 답하길래 제가 싫나 싶기도 했었어요.

그런데 웬걸ㅋㅋㅋㅋ 같이 산지 4개월째, 지금은 시누이가 얼마나 이뻐보이던지ㅎㅎ 시누이 성격이 원래 무뚝뚝하고 쿨한 편이더라고요. 처음에는 낯가림 해서 그랬다는데 지금은 같이 수다도 잘 떨고 그래요.

시누이를 표현해보자면 딱 여대장부 스타일이에요.
모 프로그램에서 가상 결혼 중인 연예인 김숙씨 스타일? 응답하라 1998에서 정은지씨, 성시원 같은 스타일이에요.
얼굴은 정말 오밀조밀 예쁘고 인형같은데 그 구수한 사투리와 여대장부 타입이란ㅋㅋㅋㅋ몇가지 일화 풀어볼게요.

언제는 신랑이 답지 않게 반찬투정을 하더라고요. 원래 잘 먹던 사람인데 제가 요며칠 바빠 준비를 약간 허술히 했더니 고기 없냐, 다른건 없냐 그러더라고요. 저도 백만번 이해는 하지만 그래도 확 성질이 나더라고요. 설거지 도와주는 것도 아닌데 너가 하지... 그런? 그때 잠자코 밥 먹던 시누이가ㅋㅋㅋㅋ

-아 시끄럽네, 그냥 무어라. 하늘같은 마누라가
 힘들게 일하고 와서 차려주는거면 찍소리 말고 무어야지 어데서 투정이고. 오빠야가 한 두살 얼라가? 묵고싶은게 있으면 오빠야가 사와라. 요 밑에 반찬집은 사가라고 있지 거리 장식하라고 있나?

그때 얼마나 통쾌하던지ㅋㅋㅋㅋ 그래도 큰 오빠에 동생 바보 기질이 있어서 잠자코 밥 먹었던 기억이 나네요 ㅋㅋㅋ

 또 최근에는 태양의 후예 못 보던 재방송을 보던 참이었어요. 시누랑 보고 있는데 남편이 야구한담서 텔레비전을 확 돌리더라고요. 그러니 시누가 오빠 딱 보면서

-보고있는거 안뵈나
 남편 : 니가 드가서 봐라. 오빠야도 좀 쉬자.
-다수결 모리나? 지금 언니야도 쉬는데 따지고 보면 언니야가 집안일도 더 마이 한다 아이가?
남편 : 아 ㅇㅇ이 (저) 보나?
이러더니 다시 돌리고 방에서 컴퓨터로 보더라고요ㅋㅋㅋㅋㅋ 야구 소리나니까 -헤드셋 끼라! 하던 호탕함이란ㅋㅋ

 또 가끔 시누가 밥 해놓거나 집안일 싹 다해놓는 경우도 있었어요. 내가 해도 되는데~ 하니까

-밥 무었으면 밥값은 해야 사람이지, 언니야 내 안방 청소랑 언니야 빨래는 몬했는데 그것만 해주이소.
부러 제 빨래는 빼고 해주고요ㅎㅎ
-언니 이거 맨들어봤는데 맛 없으면 그냥 오빠 무라카세요.

이러면서 딱! 제가 좋아하는 간식도 만들어주고 가끔 지방사시는 도련님이 올라오실 때 있어요. 그럼 시누는 도련님이랑 종종 밥 먹고 들어오는데 언제는 흘린 말로 텔레비전에서 물오징어 나오길래 아 먹고싶다. 했더니 밥 먹고 들어온 날 딱 그걸 사오더라고요.

-언니 이거 작은 오빠야가 사주는건데, 내가 (얼굴이) 아무리 삭아도 양심상 소주는 몬 들고 왔어요. 오빠야 올 때 사오라 해요.

그때 참 얼마나 찡하던지 진짜 절 위해주는구나 싶더라고요. 그 날 도련님께 여쭤보니 그날 삼겹살 먹었다더라고요. 그것도 시누가 산거고.
 
무뚝뚝한 면모도 많지만 참 쿨하고 귀여운 시누에요. 태양의 후예 보면서 ㅇㅇ(시누, 시누이라 불렀더니 낯 간지럽다고 그래서 이름 부릅니다.)이도 송중기 좋아? 친구들 사이에서 인기 많을텐데...하니까 딱 정색하고 그러더라고요

-저보다 예뻐서 별로.. 남자는 떡대죠.

그래서ㅋㅋㅋㅋㅋㅋ이상형 물어보니까 마동석씨랍니다ㅎㅎㅎ
18살 예쁘장한 여자아이 입에서는 언밸런스한 말에 되게 웃던 기억이 있네요ㅋㅋㅋ

 무뚝뚝하지만 정말 세심한 아이더라고요.
발렌타인 데이때 오빠에게 초콜렛 큰거 던져주는 시크함이란ㅎㅎㅎ 제 생일 때는 선물 주면서 남편이랑 데이트하라 등떠미니 놀고 와보니 집안일이 싹다 되어있는거에 진짜 눈물나는거 있죠ㅎㅎ
 그래도 시누도 소녀인지 남자친구 있으면 조신하고 애교부리는거가 너무 귀엽더라고요ㅋㅋㅋ

 시댁도 참 쿨하고 시트콤 같아요.
시댁 모토가 여자도 남자도 일해라. 주의거든요. 딱히 제사를 안 지내서 일은 없지만...ㅋㅋ
 명절에 다같이 내려가면 시어머니랑 시누이랑 (평상시) 대화하는게 정말 재밌더라고요ㅋㅋ
(저랑 시어머니랑 대화하다가.)
- 엄마 딸은 눈에 안 보이나?
시어머니: 아 니 거 있었나?
- 와 엄마 몇 개월만에 보는 딸래미한테 너무하네
 시어머니 : 니가 ㅇㅇ(저) 처럼 애교가 있나 뭘있나. 고마 시커먼 사내놈들한테서 금쪽같은 늦둥이 낳아놨더니 사내놈들보다 더 무뚝뚝하네.
- 인정. 내 그래도 요새 마이 부들부들해졌다
 시어머니 : 아 그러게. 니 연애하나?
- 응
 시어머니 : 고마 누군진 몰라도 고마버 죽겠네

 이러시고ㅋㅋㅋ 투닥이는게 이런말 해도 모르지만 진짜 귀여워요ㅎㅎ

 시누이 만큼이나 시댁도 쿨한데 저희 집은 안부 전화 그런 것도 없어요. 제가 먼저 전화 일주일에 한번이라도 꼭 드릴게요~ 하니까 됐다고ㅋㅋㅋ저놈(남편) 보내고 좋아 죽겠는데 뭔 전화냐 귀찮으니까 어디 응급한거나 먹고싶은거 있는거 아니면 전화 하덜 생각 말라고ㅋㅋㅋ
 
 마무리를 어떻게 지어야할까...ㅋㅋ
 시누가 오는 7월에 큰 대회에 나가는데 꼭 입상하라고 물 떠다놓고 빌어야겠어요. 진짜 가족이 된다는게 이런건가 싶네요.ㅎㅎ

 

​* 다양한 세상사는 이야기 모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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