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남들 사는것처럼 평범한 가정이예요.
가끔 잔소리도 하고 가끔 큰소리치고 싸우는
남편은 무신경하고 무뚝뚝해서 서운하다고도 해봤지만
본성격 어디안가니 그냥 포기하고 사니 편했어요.
그렇게 포기하고 살다가 애 초등학교 고학년때 바람피는걸 알았어요. 그렇게 무뚝뚝하던 사람이 그 여자에겐 애교도 부리고 다정한말도 잘하고
근데 생각보다 상처가 되진않더라구요.
그냥 먹고사느라 바빠서 망가져버린 거울속 내모습과 그 여자가 비교되면서 내가 남자라도 저여자랑 만나고 싶을거라고 생각했으니까요.
남편한테 얘기했더니 미안하대요 그래서 이혼하고 싶냐고 묻길래 너는 이혼하고 그 여자랑 살고싶냐고 되물었더니 그러고싶진않대요. 그냥 일상속에 일탈이었다길래 알아서 정리를하든 만나든 지금 상황에 위협이 되는일만 하지말라고 했어요. 애한테도 티내지말고 어른들도 모르게 혼자 조용히 만나는거까진 뭐라안할테니 걸리지만 말라고.
다른분들은 이해안가시겠지만 그땐 그랬어요.
제가 평범한 가족의 일원이 아니었어서인지 겉으로보기에만이라도 온전한 가정 꾸리고 싶어했고 남편도 그걸 알고 있거든요.
화도안나고 속상하지도않고 그저 딸이알면 어쩌지? 어른들이 아시게되면 어쩌지?하는 생각뿐이었어요.
아마도 이혼을 할만큼 남편을 사랑하진않았던것 같아요.
그저 끈끈한 정과 의리로 살고있다고 스스로 위로했던건지도 모르겠어요.
매일 짬짬이 만나는지 평소보다 늦게들어오지도않고 주말에도 여느때처럼 시간보내거나 시댁가거나 친정가거나 그렇게 아무일도 없는듯이 살았어요.
그리고 작년에 애가 중학생이 됐어요.
추석연휴되기 1주전인가 2주전에 남편은 회식한다고 늦고 애랑 피자시켜서 먹고 있었어요.
먹고 치우기귀찮아서 둘이 쇼파에기대앉아서 티비를보는데 애가 그러대요.
아빠 바람 핀다고 엄마 알고있냐고.
어떻게알았냐 물으니 학교끝나고 친구들이랑 어딜가는데 아빠가 왠 여자랑 팔짱끼고걷는걸 봤대요. 아는척은 못하고 길에 숨었다가 전화를하니 받더라는거죠.
어디냐고 물으니 회사라고 하면서 자길 지나쳐서 걸어가는 아빠를보고 충격받았대요.
그러면서 저한테 아빠랑 이혼하라고 울어요.친구들이 다 봤고 학교에도 다 소문이 날건데 아빠가 바람피고 다니는거 친구들이 알게되면 쪽팔려서 학교도 관둘거래요.
일단 우는거 달래놓고 밤에 남편한테 얘기했더니 어떡하냐고 깜짝 놀래요. 자기가 애한테 해명을하니 어쩌니하길래 뭐라고 해명할거냐고 물으니 다 오해라고 하겠다고.
말렸는데도 결국 애한테 얘기했어요. 니가본건 오해다. 팔짱낀게 아니고 회사직원인데 다쳐서 아빠팔을 잡고 부축해준거다 어쩌고저쩌고하면서
당연히 애는 안믿죠ㅜ
아빠앞에선 일단 알겠다고하고는 저한테와선 또 뭐라고해요. 아빠병신같다고 내가 저런말을 믿을거같냐고. 엄마는 왜 저런사람이랑 사냐고 당장 이혼하라고 울고불고 소리지르고 난리피고하더니 추석땐 시골집가서 아빠랑 같이 낚시도하고 잘놀더라구요.
그러면서 남편 늦게들어오거나 주말에 집비우면 나더러 빨리전화해보라고 아빠 어디서 또 바람피우고 있을거라고 손톱물어뜯으면서 흥분하고 언제 이혼할거냐고 난리피고ㅠㅠ
그러다 주말에 남편이 결혼식이 있어서 나가려는데 딸이 따라가겠다고 옷을 갖춰입고 나오길래 한 20분 실랑이하다가 남편이 일찍들어와서 다같이 외식하자는걸로 진정시켰어요.
그러고 집에 있는데 저한테 언제 이혼할거냐고 엄마는 엄마놔두고 젊은여자랑 바람피고다니는 아빠가 더럽지도않냐고 같이살고싶냐고ㅠ 제발 빨리 좀 이혼하라고 소리지르길래 진정시키려고 이런저런 애기하다가 엄마는 지금 너랑 아빠랑 사는거에 만족하고 행복하다고 하면서 너는 그렇지않냐고 엄마랑 아빠랑 이혼하게되면 더이상 아빠랑 같이 못사는게 슬플것같지않냐고 물으니 딸이 나는 당연히 아빠랑 살거니까 엄마를 자주못보는건 슬플것 같다 이러는거예요.
그말이 이해가안되서 엄마랑 아빠가 이혼하면 아빠랑살겠다고? 그게 왜 당연하냐고 물으니 그냥 당연하대요. 당연히아빠랑살지 나랑은 같이 안살겠대요.
너무 당황스럽고 생각도 못한 대답이라서 멍해있는데 애가 전화하더니 아빠언제오냐고 배고프다고 너무 해맑게 얘기하고 방으로 쏙들어가버리는데 제 머리로는 이해가 안되더라구요.
어릴때부터 지아빠 무신경하다고 상처받아서 울기도하고 다른집 아빠들은 딸이랑 장난도 치고한다는데 아빠는 왜 그러냐고 투정도 부리고 아빠랑 집에 둘이 있으면 불편하다고 방에만 틀어박혀서 저한테 언제오냐고 빨리오라고 난리피던 애예요.
암만 생각해도 아빠랑 살겠다는게 이해가안되서 슬쩍 물으니 당연한걸 왜 묻냐는데 그게 왜 당연하냐고해도 그냥 당연하대요ㅠㅠㅠ
돈때문인가 싶다가도 저도일하고 있고 따지고보면 친정이 잘살고 시댁은 완전시골이라 가면 딸이라고 크게 이쁨도 못받고 딸도 가면 고기구워줄때빼곤 할머니가 해주는 음식들 입에 안맞는다고 빵이랑 과자 따로 사가는데 씻는것도 자는것도 불편하다고 투정부려서 시골갈때마다 지아빠랑 크게 싸워요.
내 스스로 완전 좋은엄마는 아닐지라도 같이살기 싫을만큼의 엄마는 아니라고 생각하고 살았는데 딸애의 저말에 충격도 받고 상처도 받았네요. 뭐랄까 배신감도 느껴지고ㅠㅠ
당연하게 나랑 살거라고 생각했던 제가 이상한건지 이젠 헷갈리네요. 솔직히 남편이랑은 이대로 사는거 크게 불만도 없고 이혼해도그만 안해도그만이고 설령 진짜로 이혼할만한일이 있었다해도 딸애때문에 마음 돌렸을건데 대체 왜 저러는건지 이해가 안되고 속상하고 서운한 마음뿐이네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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